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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수술은 처음이라서] 강동성심병원에서 원추절제술 받기

by Sherry 2022. 10. 30.

8월 31일 강동성심병원 문종수 교수님한테서 원추절제술 받기로 되었다.

 

아침 7시까지 응급에서 먼저 입원 예약을 하고 7층으로 올라가 5인실 일반 병동에 입원을 했는데 그날은 나 혼자였다. 

 

응급에서 입원예약을 하는데 23살의 젊은이로부터 70여 세의 고령의 나이 드신 분까지 입원 수속 혹은 수술 등 모니터에서 나오고 있었는데 퇴원할 때 보니 1살 아이부터 90여 세의 분도 계셨다.

 

아이고, 세상에 아픈 사람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만 했다. 

 

 

 

철딱서니가 없는 나는 아침부터 부지런히 화장을 했다.

 

그래서 늦어서 택시를 탔다. 데헷. 

 

 

응급에서 7층으로 가라고 해서 올라갔더니 수술하는데 보호자 싸인이 없어도 괜찮다고 하더니 비상연락처를 말하라고 한다.

 

나도 머리가 참 아둔한게 남자 친구의 전화번호를 말하고 "남편"이라고 하면 될 것을 그것을 또 굳이 남자 친구라고 해서 안 된다고 해서 결국은 엄마 번호를 남겼다. 

 

부모님한테는 정말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이 올 해에 두분다 환갑이신데 환갑 생일은 예전에 우리 자식이 이렇게 잘 나가고 있어요를 증명하는 자리라고 하는데 나는 노처녀로 늙어가고 있으며 직장도 흔들흔들거리며 결혼도 못한 상태라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정말 무덤까지 알리고 싶지 않았다. 

 

때마침 아침 7시쯤은 교대를 하는 시간대라서 그런지 간호사분들이 엄청 많았다.

 

오래되신 분이신지 나의 몸 상태에 대해 이것저것 사전 체크를 하셨는데 벌써 2개월 전의 일이다 보니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한테 환자복을 주셨고 치마를 주셨고 옷을 갈아입고 누워있었다. 

 

 

다른 모 대학교에서 온 실습생이 도와줬는데 속옷도 벗어야 되나요 하는 질문에 괜찮다고 해서 입고 있었고 엄청난 양의 수액을 맞기 시작했다. 그런데 간호사님이 오셔서 위의 속옷도 벗으라고 해서 정말 난감했다. 속옷을 가위로 잘라야 되나 고민하던 와중에 그 실습생이 다시 와서 도와주었다.

 

그리고 나의 눈에서 반짝이는 펄을 보시더니 간호사님이 수술하러 오는 사람이 화장하는 법이 어딨냐고 하시면서 화장 당장 지우라고 하셨다. 화장하면 안 되는 건가요? 정말 몰랐어요. 내가 그냥 너무 무식한 것이었다. 

 

그렇게 아침에 입원을 해서 두리번두리번 거리는데 창문가 맞은편에 장례식장이 보인다. 

 

간호사님한테 수술 몇시냐고 물어보니 아직은 모른다고 하셨고 10시즘인가 수술에 관련해 설명해주시는 젊은 레지던트 정도의 의사가 들어와서 수술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무섭게 들리는 부분도 있으나 내가 오늘 받을 수술은 무엇인지, 어떠한 위험성이 존재하는지 등등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본인인 내가 직접 사인을 다시 한번 했다. 

 

나의 수술은 12시즈음으로 잡히고 그냥 무덤덤한 기분으로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잠도 오지 않았고 대신 긴장해서 그런지 자꾸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저렇게 큰 수액을 오늘 하루동안 맞아도 시간이 부족하겠는데 했는데 또 다른 수액으로 바뀌었다. 어차피 내가 적힌 내용을 봐도 알리가 없고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12시가 좀 넘으니 간호사 두 분이 오셔서 주사 2대를 놔줬다.

 

한 대는 마취가 잘 되게 하는 주사였고 한 대는 분비물이 적게 나오게 하는 주사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누운 채로 수술실로 향한다. 나 혼자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여전히 덤덤한 기분. 수술실이 좀 추워요 하고 젊어보이는 의사 및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한테 산소호흡기인지 마취제인지 우리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산소호흡기 같은 것을 얼굴에 댄 후로 나는 기억이 없다. 열심히 잠을 자고 있는데 간호사가 나를 깨워서 잠에서 깨났고 옆을 보니 다른 수술을 하고 안정을 취하는 듯한 남자분도 옆에 계셨다. 

 

그렇게 다시 원래 병동에 돌아왔고 마취제 덕분인지 전혀 아프지 않아서 교수님이 전혀 아프지 않을 거예요 하던 말에 수긍을 했다. 

 

 

그렇게 2~3시간 정도 안정을 취하는데 젊은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피는 나는지 검사를 하시더니 슬슬 퇴원 준비를 해도 된다고 했다. 

 

아니 5시반에 병원의 행정업무가 마감인데 5시 십몇 분에 와서 얘기를 해주고 나보고 먼저 수납을 하고 다음에 퇴원할 옷 등을 환복 하라고 해서 정말 환자다운 몰골로 1층과 지하 1층을 다니면서 수납했고 금액은 약 30만 원 정도가 나왔다. 

 

병원마다 차이가 나지만 20~30만원 정도라고 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입원부터 주사 그리고 나를 수술실 데려다주고 다시 데려오고 수술해주고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30만 원 돈도 실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퇴원할 때 무인 수납을 하고 있는 아빠와 10대 여자아이가 보였는데 무슨 수술을 했는지 200여만원의 돈이 청구가 되었다. 

 

수술 마치고 약 3일 후에 다시 한번 외래에 오라고 했고 마취가 아직 덜 풀렸으니 저녁 7시 이후에 식사가 가능하다고 했으며 식도의 마취한 기운이 빠지지 않으면 목이 칼칼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가글린 같은 것을 간호사님한테서 받았다.

 

수술은 안 아팠는데 바늘만큰 굵은 수액 주사를 꽂을 때부터 뺄 때까지 아팠고 여태 보지 못한 피를 수액 주사 바늘을 뽑으면서 보게 되었다. 

 

그렇게 택시타고 집에 도착, 컨디션 괜찮음, 정신이 딱히 멍하지도 않고  내가 수술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멀쩡했다.

 

4일은 재택근무를 하고 1일은 사무실로 나가는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수술한 다음날이 처음으로 사무실 나가는 일정으로 정해졌다.

 

원추절제술을 받고 이튿날에 서서 근무하는 분도 계셨다고 해서 나는 개의치 않았는데 남자 친구가 그 정규직도 아닌 프리랜서 아르바이트가 중요하냐 아니면 너의 몸이 중요하냐라고 하면서 난리를 쳐서 결국은 담당 매니저한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수술을 하게 되었고 출혈의 가능성이 있어서 첫 사무실 출근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더니 다행히 사람과 건강이 먼저지요 하면서 몸이 괜찮아지면 출근하라고 하셔서 이튿날에 집에서 일을 했다.

 

그렇게 큰 대학병원에서의 혼자받은 수술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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