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정형외과 방문기
엉덩이가 아파서 정형외과에 가서 충격파 치료와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다니던 정형외과가 서비스도 좋고 의료진도 괜찮으니 예약 한번 잡기 바쁘다.
그럼 집 근처 정형외과에 다닐까 생각해서 눈에 보이는 아무 정형외과나 들어간다.
암사역 1번 출구 3층에 있는 이 정형외과로.
간호사 두명이 계시고 원장님 한분이 계신다.
기존의 정형외과는 사람이 끊기질 않는데 여긴 파리가 날아다닐 정도로 한산하다.
접수받고 원장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데 괜히 나한테 짜증 부린다.
아프니까 왔겠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환자니까 설명이 부족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왜 그렇게 신경질입니까? 처음 보는 사람한테!
고혈압이 있는지, 당뇨는 있는지, 다른 병원에 다닌 적은 있는지,
어떻게 우리 병원 찾아왔는지, 우호적으로 충분히 물어볼 수도 있는지 전투적으로 느껴진다.
어떻게 찾아왔냐면 이 동네서 십년넘게 살아서 오다가다 보이는 간판을 보고 들어왔습니다만.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증상만으로 디스크라고 판정하시는 근거가 무엇입니까?
오늘은 MRI는 안된다고 하는 순간 그 정형외과에서 나오고 싶었다.
치질이 있는 환자처럼 의자에 앉기 싫다라고 하는데 엉덩이가 아픈 사람이 치질과 무슨 상관이냐고 하면서 역정을 내는 그 얼굴을 잊을수가 없다.
그러더니 누워보라고 하더니 갑자기 주사를 왜 놓으시는데요?
정확한 병명도 말해주지 않고 다짜고짜 무슨 주사라는 말도 없이 주사라뇨?
신경주사라구요? 아픈 사람 맞냐구요?
모든 아픔과 통증에는 원인이 있을 터, 단순 표면적인 현상으로 결론을 내리는 모습을 보고
처방만 받고 그 정형외과를 박차고 나와버렸다.
웬만해서는 환자가 오면 돈이 왔구나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왜 그러는지 당최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내가 예민한건지 궁금해서 친구한테 물어본다.
침착하게 무슨 과냐고 물어보더니 정형외과는 설명없이 통증완화용 주사를 놓는다고 한다.
내가 예민하냐고 하는 문제에 큰 문제는 없는데 찜찜하면 안 맞는게 맞으니 크게 신경 쓰지마라고 한다.
친구가 온전히 무슨 그런 병원이 있냐고 나의 편을 들어줄거라고 생각해서 말했는데 의외의 반응이 나와서 솔직히 내가 당황했다.
남자친구한테도 물어봤다.
나 오늘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하니 너는 왜 짜증이 그렇게 많냐고 한다.
큐알 체크인 하는게 일상이 되었는데 그것도 짜증을 내는 내가 문제라고 한다.
이런 대답을 원하는게 아닌데 하면서 빽하고 성질낸다, 너 누구편이야 하면서.
내가 원하던 삶과 괴리가 생기니 마음이 편치 않은건 확실하다.
퇴사 후 매일매일 오락가락하는 생각에 예전보다 더 날카롭고 뾰족해진 부분도 인정해야 한다.
새해 맞이 기도하러 다녀와야겠다, 마음의 평안을 기도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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