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 뾰루지가 생기면 그리고 내 엉덩이 살려줘!
퇴사 후 백수의 삶, 매일 분주하지만 들어오는 돈이 없는 날들, 덩달아 기분이 썩 상큼할 리가 없고 불안한 날들.
1. 기막힌 타이밍:
엄마가 일 하러 가시겠다고 한다.
연말인데 일자리가 있겠나 싶다.
월요일에 지갑을 집에 두고 나와서 독서실 결재를 못 했다.
다시 말하자면 암사점 커피랑 독서관 독서실 사장님은 친절하시다.
그래서 화요일에 독서실 비용 결재를 하겠다고 했다.
독서실 사장님은 나한테 눈치를 준 것도 없는데 내가 괜히 찔려서 9시쯤 한달치를 결재를 했다.
대략 한 시간 뒤 엄마가 문자 온다.
내일 일하러 간다고!
아, 올 한해 줄곧 재잴한 일들이 나를 괴롭혔는데 이젠 21년도 다 지나가는데 마지막까지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울컥 해났다.
하느님도 정녕 너무 한 거 아니십니까?라는 생각만 들었다.
독서실 가격 안내문에는 분명히 적어놓았다.
한 달 결재를 하면 한 주 더 주는 이벤트는 환불이 안 된다고.
사정이 있으니 절반만 환불해달라고 할까?
난 지금 한 달에 14만도 못 버는데.
진상 부릴까, 사정 봐 달랄까 머릿속이 어지럽다.
일단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혀보나 수시로 올라오는 복잡한 그 기분은 잘 컨트롤이 안 된다.
2. 엉덩이가 아프다.
엉덩이가 아픈지가 꽤나 된다.
막 엄청 아프다는 것이 아닌 오래 앉아있으면 배기다고 해야 되나 그런 엉덩이 뾰족한 뼈가 아프다.
그리고 가끔 일어설 때 우두둑하면서 앗! 하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정형외과에서 일하는 엄마는 나보고 제발 병원에 가보라고 한다.
치질도 아니고 엉덩이가 아파서 앉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엄마가 자주 다니는 오렌즈 통증의학과에 가본다.
x-ray를 찍더니 한번 더 찍자고 한다.
고개 갸우뚱, 별로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직원이 사진을 잘 찍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그냥 나의 엄살이지, 꾀병이겠지라고 생각을 하면서 진료실 들어선다.
좌골낭염이십니다.
아직 주사치료 단계까지는 아니고 충격파 치료와 물리치료를 하셔야 합니다.
아, 나의 엉덩이에 문제가 있긴 있었구나.
원장님의 간략한 진찰이 끝나고 다른 보조선생님이 길게 설명해준다.
그래서 충격파 치료는 돈이 얼마인데요?
엉덩이 한쪽만 하면 7만 원인데 연말이라서 5만 원이요.
나는 엉덩이 두쪽이 모두 아픈데?
와, 내 엉덩이 비싸네!
근데 충격파 치료는 3번 정도는 받아야 효과가 있어요!
허허허허허.
돈도 못 버는데 돈이 나가는군.
3. 다시 독서실로 나오다.
의자에 앉지 못할 정도로 엉덩이가 아픈 것은 아니다.
그런데 돈 10만 원이 들어갔는데 관리를 해줘야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다시 독서실로 왔다.
독서실에 와서 스탠딩 책상에 서서 일을 한다.
어제 괜히 14만 원 결재를 했다고 혼자 씩씩 거렸는데 1~2주 정도는 독서실 스탠딩 책상에서 일을 하면서 나의 소중한 엉덩이를 관리해야겠다.
엄마가 나의 코를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그러신다.
코에 뾰루지가 생겼는데 이건 돈이 나갈 징조라고.
네? 돈이 더 나가면 안 되는데!?
그런데 최근에 돈을 거의 백만 원 정도 쓰긴 했다.
엄마 생일 선물 : 삼성 갤럭시 워치 4 40mm, 259,000원
독서실 한 달 비용: 140,000원
오빠 엄마 반전 케이크 : 255,000원
크몽에서 티스토리 애드센스 PDF 전차책: 99,000원
엉덩이 검사 및 충격파 치료 : 110,000원
오빠 크리스마스 선물, 폴햄 패딩 : 129,0000원
합계: 992,000원
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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