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따뜻한 물이 안 나온다니!
전에 살던 집은 집주인 할아버지가 윗층에 계셔서 내가 집을 비워도 케어해주셔서 무난하게 겨울을 지내곤 했었다.
내가 집에 없는데도 가끔 문 열고 들어와서 불편은 했지만 집을 비우는 시간이 더 길어서 뭐라 하진 않았는데
그것보단 내가 집을 마음대로 들어오지 말라고 그렇게 정색을 했는데 너님이 더 심하다는 뉘앙스로 말해서 흐지부지 넘어갔었다.
새로 이사한 집은 많은 면에서 원래 집보다 좋긴 한데 집주인이 전혀 관리를 하지 않는다.
엄마는 문자로 계속 잔소리를 한다.
보일러를 이래라, 저래라, 한 귀로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춥긴 춥다, 크리스마스에 스타킹만 신고 나오는 젊은 여자애들 보면서 식겁을 했다.
이쁜 것도 좋지만 든든한 옷차림에 편하게 만날 수 있는게 더 좋은 나이가 되었다.
롱 패딩 입어도 허벅지는 여전히 시리다.
오빠 차는 시동도 걸리지 않아서 한번 검사했는데 엔진에 문제가 발견되어 수리하는데 비용이 백만 원,
세탁기도 배수관이 얼어서 물이 내려가지도 못하고 여기저기 춥다고 아우성이다.
2021년 겨울 너무 추운 건 아닌데 크리스마스부터 본격적으로 영하로 내려가고 중국 동북은 -48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나의 집을 그대로 방치한 채로 오빠와 함께 있었다.
11월부터 엄마가 너무 잔소리해서 이미 다이소에서 은박으로 된 파이브 보온재로 배수관을 모두 꽁꽁 싸매 줬고
엄마도 비닐로 이미 수도계량계도 모두 손 봤으며 그다음 담요로 다시 한번 덮어주기도 했다.
정말 애지중지하게 정성을 담아 보관을 해줬는데도 올해 영하 15도의 추위에 견디기 어려운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 먼저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어줬다.
집 청소도 하고 주방의 물을 트니 피빅하는 공기 새는 소리가 나더니 물이 나오지 않는다.
화장실 물을 틀어주니 다행히 잘 나온다.
엄마가 오기 전에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한다.
화장실 물이 나오디 당연히 따뜻한 물이 나올 줄 알고 손빨래한다고 양말을 두 개 물에 담갔는데!
헐, 찬물만 나온다!
샤워는 어떻게 해야 되나? 이것이 제일 큰 문제이다.
여기저기 검색을 하니 보일러가 얼면 배수관을 녹여줘야 한다, 수도 해빙작업을 해야 된다 이런 내용이 있는데
보일러 A/S 부르는데 돈이 무려 12만 원이 발생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또 돈이군! 씁쓸하다.
이 집은 린나이 보일러를 사용해서 고객 센터에 전화를 하니 연결이 아예 안 된다.
전국 여기저기 동파로 난리겠지.
일단 보일러를 따뜻하게 해서 녹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
핫팩을 사용했다는 사람, 헤어드라이기를 사용했다는 사람, 따뜻한 수건으로 녹여줬다는 사람, 히터를 사용했다는 사람.
결국 언 마음을 녹여줘야 한다.
나한테 지금 할 수 있는 건 헤어드라이기 밖에 없으니 일단 해본다.
보온 파이프로 이미 꽁꽁 싸매 줬긴 했지만 중요한 건 그 연결하는 부분에 노출이 된 것이 있다.
그 부분을 헤어드라이기로 열심히 뜨겁게 해 준다.
이미 얼어버린 마음에 도움이 될지 전혀 모르지만 해준다.
몇 분 했을까?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길게 생긴 히터 사러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옷을 입는데
주방하고 화장실에서 기적처럼 물이 뿜어 나온다!
와! 헤어드라이기로 몇 분 만에 그래도 온수 배수관을 녹여서 물이 나오네!
돈이 굳었다! 브라보, 만세!
나의 생각엔 정말 추워지기 전에 엄마가 미리 보일러를 애를 담요에 감싸듯이 꽁꽁 포장한 것이 한 몫한 것 같다.
그래도 헤어드라이기로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물이 나와서 정말 다행이다.
왜 십 분도 안 되냐면 30분 동안 녹여줬다는 얘기를 보고 나도 핸드폰으로 시간을 체크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3월까지 계속 추울 텐데 참 걱정이다.
여름에 찬물이면 고마울 텐데 한 겨울의 찬물은 정말 손이 시렸다.
물이 따뜻함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얼른 샤워를 해야지.
물이 이렇게 소중할지는 정말 생각도 못해봤다.
'퇴사 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라이라마의 기도문 (0) | 2022.01.01 |
---|---|
황당한 정형외과 방문기 (0) | 2021.12.28 |
동네 알바와 받게 된 아르바이트 제안 (0) | 2021.12.24 |
코에 뾰루지가 생기면 그리고 내 엉덩이 살려줘! (1) | 2021.12.22 |
선의의 거짓말과 지갑을 두고 왔다! (0) | 2021.12.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