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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선의의 거짓말과 지갑을 두고 왔다!

by Sherry 2021. 12. 20.

선의의 거짓말과 지갑을 두고 왔다!


나의 자취방에 2주 정도 머물다가 갈 줄 알았는데 엄마의 컨디션이 별로여서 계속 나와 함께 있는다.

주말 연속극 신사와 아가씨에서 그런 장면이 나온다.

아들이 의대 다니는 줄 알고 있는데 실제 아들은 학교를 휴학했고 그런 상황을 엄마한테 얘기하려고 주위를 맴돌다가 실제 엄마 얼굴을 보면 정작 입에서 얘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세상에는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가끔 엄마가 야속하다, 왜 딸을 이렇게 믿냐고, 너무 믿어서 조금은 이상한 부분을 캐치하셔야 되는데.

예를 들어서 내가 왜 아침마다 그 무거운 노트북 가방을 들고나가는지부터.

내가 점점 거짓말만 늘어나는 기분이라서 점점 자신이 싫어진다.

첫 직장을 호기롭게 그만두고 고시공부를 한다고 호들갑 떨었을 때 엄마는 나를 응원해주셨다.

중간에 외롭다는 명의하에 연애를 하고 그렇게 온갖 세상 요란스럽게 시작했던 고시공부는 끝내 1년 정도만에 결국은 마무리가 되었고 더 근본적인 부분을 들여다보니 나는 그저 첫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데 그만큼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다니면서 기초 시급을 받으면서 겨우겨우 입에 풀칠하면서 살던 나는 두 번째 직장에서 세 번째 직장으로 이직을 할 때는 하루의 쉬는 시간도 없이 즉시 근무를 시작했다.

가야 할 곳을 찾고 회사를 그만 두라는 주위의 그렇게 많은 귀띔도 무시한 채 독불장군으로 행동했던 나는 그때 나의 행동을 뼈저리게 후회하므로.

여태 다녔던 회사와 각종 아르바이트 중에서 제일 좋은 근무환경과 일인줄 알았던 이 세 번째 회사에서 이렇게 쫓겨나듯이 회사를 퇴사당할 줄 몰랐던 나는 그놈의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산다.

아침마다 나는 출근하는 척 한다.

독서실을 2주동안만 끊었는데 엄마가 아직도 집에 계신다.

주말에 은근 슬쩍 얘기해볼까 하는데 이젠 몸이 힘들어서 집안 살림이나 하고 싶다고 하신다.

이 나이까지 일을 하게 해서 자식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굴뚝같지만 나 자신이 지금 나 한 몸 건사하기 힘들어서 엄마 이젠 그냥 집에서 쉬세요 라는 말도 못 하겠다.

독서실을 결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비용도 저렴해진다.

그런데 언제 가실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

데일리로 결재를 하면 하루에 9천원, 2주는 7만 원, 5주는 14만 원.

데일리로 결재를 하고 넘쳐나는 것이 살이니 다이어트 한답시고 점심을 굶으려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만 했는데.

점심이 되어 출출해서 밥 먹으려고 나갔다 올 준비를 하는데, 주말에 외출할 때 가방을 바꿔서 지갑이 없다!

하늘이 알아서 나를 내가 결심했던대로 돈을 못 쓰게 하는군요.

퇴사 후의 삶, 움츠려진 몸, 다운된 기분.

오늘도 희망가보다는 다소 회색빛이 감도는 하늘과도 같은 그런 기분이다.


오늘은 둥글레차로 배를 채워야 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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