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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혼나는 과장과 계약직 프리랜서의 쌩얼 출근길

by Sherry 2022. 7. 6.

작년 10월부터 쉬었고 4월 초까지 실업급여를 받았고 그 뒤로 취직활동을 했는데 여전히 고전 중이다. 

 

기회를 놓쳤고 기회를 내가 차버렸고 고르고 고른 지금 하는 알바는 점심도 포함하지 않는 하루에 일당 6만 원, 점심을 제외하면 5만 원짜리 일이다. 

 

어쨌든 다음주에 일이 마감될 것 같은데 나는 아직 다른 오퍼를 받지 못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는 일로 온 하루의 제일 좋은 골든 타이밍을 전부 가져간 온 하루 일하는 듯하나 실속이 없는 이 아르바이트에도 감사를 해야 한다.

 

집하고 지하철로 4개라서 20여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라 집에서 9시30분에 나가도 되는데 이것이 아직도 몸에 배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나니 9시 17분, 허얼, 늦었네 하면서 눈썹만 그리고  쌩얼로 로션도 바르지 않은 채로 부랴부랴 총총총 달려서 지하철로 갔다.

 

자율근무라 늦게 도착하면 늦게 퇴근하면 되기도 하는데 그게 싫다.

 

 

회사 근처 다 왔는데 어랏, 9시48분이다, 엥? 왜서이지.

 

아, 나 집에서 9시 30분에 나서서 9시 40분 지하철 타고 9시 50분 지하철 내려서 회사 들어가면 되는 것인데 여전히 몸에 익숙하지 않아서 늦은 줄 알았던 것이다.

 

어차피 회사 안에서 마스크를 낀 채로 근무를 하는데 화장을 안 해도 되고 일개의 알바를 누가 나를 볼 것인가 싶어서 너무 편하다.

 

날씨도 더운데 내일부터 쌩얼로 다닐까?

 

그렇게 점심에 커피를 사들고 쫍쫍 거리면서 사무실로 복귀하는데 말을 해본 적은 없지만 얼굴은 서로 기억하는 남자 직원들이 보인다.

 

나의 생얼을 보든 말든 크게 상관은 없지만 괜히 뻘쭘해서 내일부터 화장을 해야겠다. 

 

나이는 한 살 많은데 대리이고, 나이가 한살 어린 과장의 사이. 

 

과장은 대리한테 혼난다. 

 

꼼꼼하지 못해서인 것 같다.

 

그렇다면 그 꼼꼼하지 못해서인지, 일을 잘 못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혼나고 있는 과장한테서 "좀만 더 꼼꼼하셔야~"라는 말을 들은 나는 도대체 얼마나 덤벙거리는 존재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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