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네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했다.
내일 나는 강동 성심병원에 가서 조직검사 결과를 듣는다.
질병코드가 염증코드일지 아니면 암 코드 일지 나도 모르겠고 수술하러 갈 때보다 조직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그 부분이 더 무섭다.
그 어떤 결과이든 지금부터 나는 죽을 때까지 조심 또 조심하면서 살아야 한다.
생리 예정일이 지났는데 생리가 오지 않는다.
생리가 규칙적이진 않지만 내가 30여년 살면서 최대 3일 딜레이 된 적이 있다.
아니다, 코로나 백신 맞고 한달 생리가 멈춘 적이 있긴 하다.
임테기는 한줄로 나오지만 생리가 오질 않으니 불안하기는 매한가지.
그래서 정말 오래간만에 전에 다니던 동네 산부인과로 방문을 했다.
나의 기록을 찾아보더니 왜 이렇게 오래간만에 왔냐면서 반가워?! 하셨다!
산부인과는 한번 검사하면 돈이 많이 나가고 게다가 그놈의 쩍벌 굴욕 의자까지 정말 웬만하면 피하고 싶지 않은가?
초음파 검사도 하고 질 검사도 하시더니 호르몬 균형이 깨져서 생리가 딜레이 된 것 같고 염증이 있네 하시면서 검사를 하더니 또! 그놈의 검사가 20만 원 돈이 나왔다.
얼마나 배가 아프던지, 맨날 염증이 있네 그리곤 3일치 처방, 그렇게 6개월에 한 번씩 검사오라 하고.
내가 호구인 줄 아느냐?!라고 하고 싶었다.
생리가 오지 않는 것도 문제이긴 한데 배가 자꾸 아프다.
그리고 좌골낭염의 엉덩이 뼈뿐만 아니라 골반뼈도 아프다.
너는 상대방의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남자 친구의 억울한 표정도 내 몸이 아프니 귀찮았다.
몸이 신호를 보내긴 했어도 4월인가 받은 자궁경부암 검진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으로 나오기도 했다.
생리도 오지 않고 염증도 있으니 토요일에 다시 내방하겠다고 했는데 목요일에 모르는 전화가 온다.
두 번 연속 오길래 전화를 받았더니 산부인과이고 언제 오냐고 나한테 물었다.
이때 알았어야 했다, 검사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것을.
예전 같으면 의사 선생님(여자분) 자기야 왔어~하시면서 정말 같은 인사도 몇십 번씩 하시는데 그날은 앉자마자 나한테 "이번엔 결과가 안 좋아, 큰 병원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 수술해야 될 것 같은데" 하신다.
그러니까 왜 2년씩이나 산부인과에 안 왔어하시면서 설명하시는데 머리속에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수술이라고요?
뭐가 어떻게 안 좋길래 수술까지 해야 하는데요?
수술도 수술인데 돈이 걱정되기도 했다.
퇴사한 지 곧 1년이 되어가는데 나 아직도 제대로 된 직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알바 형식으로 알음알음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수술비는 안 비싸, 몇백만 원씩 하는 그런 수술은 아니고 20~30만 원이면 될 거야.
휴우, 다행이다.
더 구체적으로 의사 선생님한테 무슨 병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확실한 건 "큰 병원"으로 가라는 것은 하나도 좋은 일이 아니다는 것만 알고 있다.
더 물어보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진료소견서에는 자궁 경부 쪽에 세포 형태가 15% 정도 변형이 되었고 CIN2와 CIN 3기 사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바이러스 66번이 나왔다.
후회가 되었다.
왜 처방을 줄 때 도대체 내 몸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도 보지 않고 그렇게 방치를 했던지 말이다.
후회가 되었다.
내가 그렇게 문란하게 살아왔단 말인가?
남한테 말하기도 남사스러운 병은 검색하면 검색할수록 머리가 아파오는 단어-자궁경부암까지 연결이 된다.
나의 상태는 자궁경부 이형성증이 2단계인 CIN2와 3단계인 CIN3이 함께라는 뜻인데 더 나아가면 자궁경부암이다.
나, 올해 37살, 아직 미혼이다.
의사가 말했던 것은 레이저 수술 혹은 원추 절제 수술인 것 같은데 자궁 경부를 절제하면 자궁 경부의 길이가 짧아져서 아이를 낳기 힘들다는 말이 지배적이다.
아기가 생겨도 조산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6개월 후부턴 입원도 해야 한다는 둥 "카더라"가 계속 검색이 된다.
나는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눈앞이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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